전처를 잊지 못한 비구
부처님은 기원정사에서, 막 출가한 한 비구를 위해 빠알리 자타카 니까야 일집(에까니빠따)에 속한 제13번 칸디나 자타카를 설하셨다. 이 비구는 출가할 때 남겨 두고 온 아내를 그리워하며 수행에 마음을 두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었다. 함께 수행하던 비구들이 그를 부처님 앞으로 데려오자, 부처님은 바로 그 집착이 한때 그의 목숨을 앗아 갔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 까닭을 보이시기 위해 사슴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수확 때문에 숲으로 쫓겨 간 사슴들
그 옛날 라자가하(마가다국의 수도)에서 한 왕이 다스리던 때, 그 지방의 사슴들은 곡식이 익을 때마다 큰 위험에 놓였다. 그래서 위험이 지나갈 때까지 숲으로 물러나 있어야 했다. 그 무리 가운데 산에 사는 수사슴 한 마리가 있었다.
산의 수사슴, 암사슴에 마음을 빼앗기다
산의 수사슴은 마을 근처에 사는 암사슴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 순간 곧바로 그녀를 향한 욕망에 사로잡혔다. 그때부터 그는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사슴들이 다시 언덕에서 내려오자, 그는 그녀와 함께 가겠다고 고집했다. 암사슴이 마을 주변이 위험하다고 일러 주었지만, 그는 그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암사슴이 뒤로 물러서다
암사슴은 눈먼 수사슴보다 마을의 위험을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수사슴은 돌아서지 않았고, 두 마리는 사냥꾼들이 매복해 있는 길 쪽으로 내려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암사슴은 근처 어디선가 사람의 냄새를 맡았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뒤로 처져, 수사슴이 자기보다 앞서 걷게 두었다.
암사슴은 빠져나오고, 수사슴은 그러지 못하다
수사슴은 오직 그녀에게만 온 마음을 쏟은 채,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 길가에 숨어 있던 사냥꾼이 화살 한 발을 쏘았고, 수사슴은 서 있던 자리에서 쓰러졌다. 이를 본 암사슴은 달아났다.
사냥꾼이 사냥감을 집으로 가져가다
사냥꾼은 숨어 있던 곳에서 나와 사슴의 가죽을 벗기고, 고기 일부를 불씨에 구워 먹은 뒤 나머지를 아이들에게 가져가려고 집으로 날랐다. 수사슴이 무엇보다 그리워하던 암사슴은 그가 죽을 때쯤 이미 달아나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숲의 정령이 본 것을 되새기다
그 숲에 살던 정령, 곧 그 생의 보살은 멀리서 이 모든 일이 펼쳐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본 일에 마음이 움직여, 어리석은 수사슴을 파멸시킨 것은 어떤 혈연의 끈이 아니라 오직 욕망뿐이었다고 숙고하였다. 그 욕망은 처음에는 행복처럼 느껴지지만 끝에는 슬픔과 파멸이 기다리는 힘이다. 그는 갈애에 지배되는 중생은 눈을 뜬 채 위험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위험이 현실이 되는 순간 홀로 최후를 맞게 된다고 가르쳤다. 가르침의 뜻은 동반자에 대한 애정이 그 자체로 잘못이라는 것이 아니라, 살피지 않은 욕망이 중생의 눈을 가려 모든 경고, 심지어 가장 사랑하는 이가 건네는 경고조차 보지 못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부처님의 식별
이야기를 마치신 부처님은 괴로워하는 비구를 위해 등장인물을 밝히셨다. 자신의 그리움에 무너진 젊은 수사슴은 전생의 바로 그 비구였다. 빠져나가 그를 뒤에 남겨 둔 암사슴은 이번 생에서 그의 전처가 된 바로 그 여인이었다. 이 비극을 목격하고 그 뜻을 깨달은 숲의 정령은 당시 보살로 계셨던 부처님 자신이었다.
그리움에서 비구를 해방시킨 가르침
자신의 처지가 사슴의 운명과 이토록 가깝게 닮아 있음을 듣고, 비구는 여전히 그리워하는 전처를 향한 갈애가 한때 이미 그의 목숨을 앗아 갔었음을 깨달았다. 부처님은 이어서 사성제를 설하셨다. 이 깨달음에 깊이 감동한 그는 그리움을 내려놓았고, 자타카는 그가 예류과(깨달음에 이르는 길의 첫 단계인 흐름에 든 경지)에 이르렀다고 기록한다. 이는 부처님이 보여 주신 길 위에서 처음으로 굳건히 디딘 발걸음이었다.
알고 계셨나요?
경전상 분류
일집(에까니빠따) 자타카 제13번. 이름은 화살, 또는 미늘이 달린 화살대를 뜻하는 칸다(kaṇḍa)에서 왔다.
부처님은 기원정사에서, 출가하며 남겨 둔 아내를 그리워하며 괴로워하던 비구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수확철마다 사슴들은 목숨을 위협하는 위험을 피해 숲으로 물러났다.
보살은 사슴의 동류가 아니라, 멀리서 사슴의 죽음을 지켜보는 숲의 정령으로 나타난다.
부처님의 식별에서 죽음을 맞는 수사슴은 그 비구이고, 암사슴은 그의 전처이며, 지켜보는 정령은 부처님 자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