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전처를 그리워하는 비구
집안 생활을 버리고 출가하여 비구가 된 부처님 교단의 한 비구가, 자신이 떠나온 아내에 대한 그리움에 다시 사로잡혀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그의 괴로움을 보시고, 그 여인이 두 사람 모두 기억하지 못하는 전생에서 이미 한 번 그에게 해를 끼친 적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쿳다카 니까야의 자타카타왓나나 에카니파타 제147번 본생, 푸파랏타 자타카로 전해지는 이 이야기는 그 해악이 무엇이었는지를 보여 준다.
부처님의 승가에 속한 한 비구는 출가하여 재가의 삶을 버렸으나, 두고 온 아내를 향한 그리움에 다시 사로잡혔다. 부처님께서 그 고뇌를 살피시고, 같은 여인이 지금은 두 사람 모두 기억하지 못하는 지난 생에서 이미 그 비구를 해친 적이 있다고 일러 주셨다. 그 해악이 무엇이었는지 보여 주기 위하여 부처님은 『자타카 주석서』 일집(에카니파타) 제147화로 전해지는 이 뿝파랏따 자타카를 설하셨다.
아내의 청
브라흐마닷따 왕이 바라나시를 다스리던 때, 가난한 사내와 그의 아내는 온 도성 사람들과 다름없이 가을 보름달 아래 펼쳐지는 큰 까티까 등불 축제를 맞을 채비를 하였다. 북소리가 울리고 모든 거리가 인파로 가득 차는 축제였다. 아내는 부자들만이 쓸 수 있는 진한 붉은 빛 잇꽃 염료로 물들인 천을 얻지 못하면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녀는 남편과 나란히 인파 사이를 걸을 때 그 천을 어깨에 두르고 겨드랑이 아래로 감아 입고 싶어 하였다. 남편은 그런 것을 살 방도가 없다고 항변하였으나 아내는 물러서지 않았다. 마침내 아내는 잇꽃이 호위 아래 자라는 왕의 정원에 그가 필요로 하는 만큼의 염료 꽃이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였다.
도둑질과 붙잡힘
아내의 끈질긴 요구에 지치고, 아내의 실망을 마주하기가 싫었던 사내는 마침내 응하였다. 그는 어둠을 틈타 왕실 정원의 울타리를 뚫고 들어가, 아내가 그토록 원하는 꽃을 훔치려 하였다. 왕의 경비병들이 울타리를 허무는 그를 붙잡아 두 손을 등 뒤로 묶고, 새벽녘 왕 앞으로 끌고 갔다. 왕실 정원에 침입하여 도둑질한 죄로, 왕은 그를 성 밖에서 꼬챙이에 꿰라고 명하였다.
죽어 가는 사내의 오직 하나의 슬픔
꼬챙이에 매달려 죽어 가던 그의 머리 위로, 아직 숨이 끊어지기도 전에 까마귀들이 내려앉아 쪼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의 마음에는 자신의 고통에 대한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그의 생각은 오직 아내에게만 머물렀고, 그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한 게송을 읊었다. 꼬챙이에 꿰이는 일은 그에게 참된 괴로움이 아니라고 하였다. 참된 괴로움은, 자신이 붙잡혔기 때문에 아내가 잇꽃 옷을 얻지 못하여, 그의 품에 안기지 못한 채 축제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는 자신의 죽음보다 아내의 실망을 슬퍼하며 숨을 거두었고, 그의 마지막 말은 아내가 다시는 보지 못할 축제에 온통 매여 있었다.
허공 정령의 증언
허공을 떠도는 한 정령이 아내의 청에서부터 사내의 처형에 이르기까지 사건의 전 과정을 목격하였다. 이 정령이 집착이 낳는 눈멂에 관한 가르침으로서 이 이야기를 후대에 전하였다. 사람은 꼬챙이에 몸이 꿰여 목숨을 잃을 수 있지만, 마지막 숨을 쉬는 순간에도 자신의 죽음이 아니라 다른 이가 놓친 축제를 슬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출리에 관한 가르침
불교 전통은 이 이야기를 출리바라밀을 보여 주는 본생담들 가운데 두고 있다. 바로 죽어 가는 사내가 하지 않은 것 때문이다. 임종의 순간에 그에게는 자신의 고통을 되돌아볼 이유, 그를 이곳으로 이끈 도둑질을 뉘우칠 이유, 혹은 죽음 뒤에 무엇이 일어날지로 마음을 돌릴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 그러나 그의 주의는 온전히 바깥을 향한 채, 아내의 편안함과 그가 살아서 보지 못할 축제의 즐거움에 머물렀다. 이 이야기는 듣는 이에게, 다른 곳을 바라볼 이유가 충분한 마음이라도 애욕이 얼마나 온전히 그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그리고 사람이 마지막 순간을 얻었을 때조차 그러한지를 살펴보라고 청한다.
비구를 위한 가르침
부처님께서는 비구의 전생의 아내와 이야기 속의 아내가 여러 생에 걸쳐 같은 한 사람이었다고 밝히시며 이 이야기를 마무리하셨다. 그리고 죽음의 가까움에 풀려나지 못하고 갈애에 묶인 채 죽어 가는 사내를 지켜본 허공의 정령이 바로 자신이었다고 말씀하셨다. 같은 집착이 한때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 갔으나, 그 상실을 슬퍼할 맑은 지혜조차 주지 못했다는 일깨움을 받자, 비구가 전 아내에게 품었던 그리움은 풀리기 시작했고, 그는 자타카의 경책을 마음에 새기고 다시 수행으로 돌아갔다.
알고 계셨나요?
경전상 번호
『자타카』 일집(에카니파타)에 실린 제147화, 곧 뿝파랏따 자타카이다.
아내였지, 낯선 이가 아니다
잇꽃 옷을 청한 여인은 죽어 가는 사내 자신의 아내이며, 기생이 아니다. 부처님은 틀 이야기 속 비구의 전 아내와 같은 사람임을 밝히셨다.
까마귀이지, 독수리가 아니다
전승은 죽기 전부터 까마귀가 머리에 내려앉아 쪼았다고 전하며, 그동안에도 그의 마음은 아내가 놓친 축제에만 머물렀다고 한다.
보살은 행위자가 아니라 증인이다
부처님은 그 생에서 자신이 사건 전체를 지켜본 허공의 정령이었다고 밝히셨으며, 이야기 속 인물로 등장한 것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