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타핀디카 가문에 대한 물음
부처님께서는 기원정사에서, 비구들이 위대한 시주인 아나타핀디카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들은 그의 온 가문이 말하는 것처럼 참으로 다섯 계율에 따라 순수하게 살고 있는지 소리 내어 궁금해하였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부처님께서는 쿳다카 니카야의 팔리 자타카 모음에서 제382번으로 헤아려지는, 한 재가 신도의 집이 두 여신에 의해 시험받았던 옛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청정한 권속을 지닌 상인
그 옛날 바라나시에서 브라흐마닷타왕이 다스리던 때, 보살은 수찌파리바라, 즉 ‘청정한 권속을 지닌 이’라는 이름의 상인으로 태어났다. 그가 그런 이름을 얻은 까닭은, 그의 집안의 모든 이가 가장 낮은 하인에 이르기까지 다섯 가지 도덕적 계율을 빠짐없이 지켰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수행에서 비롯하여, 그는 언제나 집 안에 침상 하나와 잠자리 하나를 쓰지 않은 채 새로 정돈해 두었다. 언젠가 자신보다 덕이 높은 손님이 찾아올 때를 위해서였다.
아노탓따 호수의 다툼
멀리 히말라야의 성스러운 아노탓따 호수에서는 두 여신이 목욕하려고 모여 있었다. 서방을 다스리는 호세왕 비루팍카의 딸이며 불운과 결부된 여신인 칼라칸니, 그리고 동방을 다스리는 호세왕 드하따랏타의 딸이며 행운과 결부된 여신인 시리는, 각자 자신이 먼저 물에 들어가야 한다고 고집하였다. 둘 중 누구도 서로에 대한 선두의 권리를 양보하지 않았다.
사건이 하늘로 올라가다
둘 사이에서 다툼을 풀지 못한 두 여신은 그들의 다툼을 세계의 방위를 지키는 사대천왕에게 가져갔다. 그러나 사대천왕 역시 이렇게 존귀한 두 주장 사이에서 판단할 수 없어, 사건을 신들의 왕 사카에게로 한층 더 위로 올려보냈다.
사카의 특별한 판결
사카는 두 여신의 출생이나 지위에 대해 직접 판결하기를 거부하였다. 대신 세속의 시험을 정하였다. 바라나시의 상인 수찌파리바라의 집에 마련된 침상에 먼저 앉거나 누울 수 있는 쪽이, 호수에서 먼저 목욕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받으리라는 것이었다. 이에 두 여신은 모두 하늘에서 내려와 상인의 집으로 가서, 인간 재판관 앞에서 자기 주장을 펼쳤다.
칼라칸니가 다가서다
칼라칸니가 먼저 도착하였다. 그녀는 짙은 남색 옷을 입고 있었고, 상인에게 마련된 침상에 누워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수찌파리바라는 그처럼 존중받을 자리를 어떤 손님에게도 내주기 전에, 언제나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어떤 이들과 함께 머무는 것을 좋아하는지를 물었다. 칼라칸니는 거짓말쟁이, 다투기를 좋아하는 자, 그리고 등 뒤에서 벗을 헐뜯는 자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긴다고 인정하였다. 이 말을 들은 상인은 그녀에게 침상을 허락하지 않았고, 그녀는 만족하지 못한 채 떠나야 하였다.
시리가 다가서다
얼마 뒤 시리가 같은 문 앞에 도착하였다. 그녀는 금빛 옷을 입고 찬란하게 빛났다. 상인이 칼라칸니에게 했던 것과 같은 물음을 던지자, 그녀는 인내심이 있고, 자비롭고, 진실하며, 남에게 악의가 없는 이들과 기꺼이 머문다고 답하였다. 그녀의 설명에서 자신의 집안이 실천하려 애쓰는 바로 그 덕들을 알아본 수찌파리바라는 즉시 그녀를 맞아들이고, 영예로운 자리에 앉도록 청하였다.
선두의 자리가 정해지다
오직 시리만이 침상을 허락받았으므로, 아노탓따 호수에서 먼저 목욕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받은 것도 그녀뿐이었고, 두 여신 사이의 다툼은 끝이 났다. 사카가 하늘에서 고안한 시험은 그렇게 땅 위에서, 신들 자신이 아니라 평범하고 곧은 상인의 집에서 풀렸다.
상인의 집이 신들을 판단할 수 있었던 까닭
이 이야기는, 두 여신 사이에서 판단할 권위를 수찌파리바라에게 준 것이 재산이나 지위가 아니라, 그의 온 가문이 절제하고 검증해 온 덕이었음을 분명히 보여 준다. 외모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손님을 존중하기 전에 먼저 묻는 그의 습관이 있었기에, 그는 칼라칸니의 어두운 옷과 시리의 금빛 광채를 넘어, 각자가 실제로 묘사한 인격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부처님께서 전생을 밝히심
가르침의 끝에서 부처님께서는 이야기 뒤의 인물들을 밝히셨다. 그 옛이야기 속 여신 시리는 훗날의 생에서 자신의 제자들 가운데 명성 높았던 비구니 우팔라반나였다. 두 여신을 올바르게 판단한 상인 수찌파리바라는 바로 그 전생의 부처님 자신이었다. 부처님께서는 아나타핀디카의 가문으로 곧바로 되돌아가 비유를 드셨다. 한 가문의 덕에 대한 명성은 결코 풍문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이처럼 일관되게 검증된 행실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 주셨다.
호수를 넘어 남은 가르침
이 자타카는, 불운과 행운이 운명이나 출생에 의해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집 안에서 지켜지는 인격의 질에 따라 가문으로 이끌려 온다는 것을 일깨운다. 자신보다 덕이 높은 손님을 위해 준비해 둔 침상은 실제로 무게를 지니며, 외모를 넘어 사람이 참으로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행하는지 묻는 습관 역시 그러하다. 이 이야기는 그 무게가, 다투는 여신들과 신들의 왕조차도 뒤엎을 수 없는 것임을 보여 준다.
알고 계셨나요?
자타카 제382번이며, 기원정사에서 아나타핀디카 가문의 도덕적 순수성에 대한 의심과 관련하여 설해졌다.
아노탓따 호수에서 먼저 목욕할 선두의 권리는 사천왕이나 사카가 아니라, 한 인간 상인의 판단으로 정해진다.
상인 수찌파리바라는 자신보다 덕이 높은 손님을 위해 늘 침상 하나를 준비해 둔다.
이야기의 끝에서 시리는 비구니 우팔라반나의 전생으로 밝혀진다.
두 여신을 판단한 상인 수찌파리바라는 그 생의 부처님 자신이었다고 밝혀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