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내어준 것으로 살아간 은자
팔리 삼장 『본생경』 제334화는 보살이 전생에 명망 높은 바라문 집안에 태어났으나, 성년이 되어 가문의 재산을 버리고 떠난 생애를 이야기한다. 그는 히말라야 기슭에 나뭇잎으로 엮은 암자를 짓고, 뿌리와 나무껍질, 그리고 숲이 우연히 내어주는 야생 열매만으로 살아갔다.
자신의 허물을 찾고자 한 왕
그 무렵 바라나시에는 양심이 바른 왕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다. 왕은 편파 없이 통치하고, 모든 분쟁을 공정하게 판결하며, 백성에게 세금을 너그럽게 거두었다. 그러나 왕은 자신에게 아첨할 이유가 있는 신하들이 그의 덕을 칭송하는 말만 듣는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자신의 통치에 아무도 입 밖에 내지 않은 실제 허물이 있는지 알고자 하여, 변복을 하고 궁궐과 도성의 거리, 그리고 변방의 고을까지 두루 살폈다. 어디를 가도 진심 어린 칭찬만 들은 왕은 홀로 히말라야의 숲으로 나아가, 마침내 보살의 고요한 암자에 이르렀다.
왕이 일찍이 맛보지 못한 무화과
보살은 낯선 손님을 따뜻하게 맞이하여, 시원한 샘물과 근처 숲에서 거둔 야생 무화과 한 줌을 대접했다. 왕이 열매를 베어 물자, 궁중 상에 오르는 어떤 음식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달고 진한 맛이 나서 놀랐다. 평범한 야생 무화과가 그런 맛을 낼 수는 없었다.
그 달콤함의 뜻을 밝힌 은자
왕은 이처럼 소박한 숲의 열매가 어찌 그토록 특별한 맛을 지닐 수 있는지 물었다. 보살은 그 달콤함이 흙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의 됨됨이에서 비롯된다고 답했다. 왕이 정법과 절제로 다스리면 신하와 백성이 그 본을 따르고, 계절도 제 흐름에 따라 조화롭게 운행한다고 했다. 숲의 열매와 꿀조차 그 감응에 따라 풍요롭고 달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잔인하고 탐욕스러운 왕이 다스리면 온 나라가 썩어 가고, 가지에 달린 꿀마저 쓰게 변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그 말을 시험하기로 한 왕
왕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바라나시로 돌아왔다. 은자의 말에 조금이라도 진실이 있는지 확인하고자, 한 계절 동안 일부러 정무를 소홀히 하고, 부당한 판결을 바로잡지 않고 내버려 두었으며, 한때 그토록 신중하게 다스렸던 고을들을 부패한 관리들이 억압하도록 허용했다.
불편한 진실을 확인시켜 준 무화과
몇 달 뒤, 왕은 같은 변복을 하고 같은 암자를 다시 찾았다. 보살이 바로 그 나무에서 딴 무화과를 내놓자, 왕은 기억하고 있던 달콤함을 기대하며 베어 물었다. 그러나 열매는 너무도 쓰고 시어서, 왕은 곧바로 뱉어 내고 말았다. 은자의 가르침이 미리 경고했던 그대로였다.
어떤 꾸짖음보다 깊이 박힌 은자의 조용한 말
왕의 반응을 본 보살은 그저 담담하게, 이 땅의 통치자가 틀림없이 정법을 저버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 말이 바로 그 책임을 져야 할 사람에게 곧장 진실을 전하는 것이라고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고발당하기 전에 먼저 고백한 왕
스스로 자초한 가르침에 뼛속까지 겸허해진 왕은 보살의 발치에 엎드렸다. 그는 자신의 참된 신분과 스스로 행한 실험을 고백하고, 바라나시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는 자신의 올바름을 그 아래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안녕과 따로 떼어 생각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회복된 치세와 그 시대를 넘어 이어진 가르침
왕은 남은 생애 동안 덕의 본보기로서 나라를 다스렸다. 숲의 무화과가 그에게 가르친 교훈은 그의 치세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나라의 열매는 그 운명과 마찬가지로, 다스리는 이의 됨됨이에 따라 익기도 하고 시어지기도 한다. 궁궐 밖의 누군가가 그 차이를 직접 맛보려 하든 말든 그 이치는 변하지 않는다.
왕이 아첨보다 무화과를 믿은 까닭
이 왕을 특별하게 만든 것은 묻는 방식의 엄격함만은 아니었다. 낯선 이의 말이 참인지 알아보기 위해 자기 백성이 실제로 해를 입을 위험마저 기꺼이 감수하려 했고, 자신의 통치에는 흠이 없다고 말해 온 모든 신하보다 무화과의 쓴맛을 더 믿으려 했다. 이야기가 전하듯, 불편한 진실조차 자신의 감각이 주는 증거에 비추어 시험해 보려는 군주가 다스리는 나라는 이미 무화과가 왕에게 되돌려 주려던 그 정법의 길을 상당 부분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알고 계셨나요?
라조바다 본생경 (2)는 군주의 도덕성이 대자연의 조화와 기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불교적 생태 윤리를 펼친다.
통치자가 정법(담마)을 실천하면 제때 비가 내리고, 모든 과실과 곡식이 풍요로운 단맛을 띤다.
왕이 가르침을 확인하려고 직접 통치 방식을 바꾸어 시험해 본 실험 정신은 실증적 지혜를 잘 보여 준다.
변복을 하고 백성의 실상을 살피는 민정 시찰은 아첨을 걷어내고 민심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한 현명한 지도자의 방편이었다.
같은 나무에서 열린 달콤한 무화과와 쓴 무화과는 덕치와 폭정이 가져오는 생생한 인과의 결실을 상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