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고독 장자의 조카
본생담 제291번인 밧드라가타 자타카(티카니파타)는 부처님 당시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 틀로 시작됩니다. 위대한 상인 급고독 장자의 한 조카가 막대한 유산인 사억 금화를 흥청망청 탕진하였습니다. 그는 삼촌에게 돈을 더 달라고 거듭 찾아갔고, 급고독 장자는 결국 화가 나서 거친 옷만 주고, 마침내 그를 집에서 완전히 내쫓았습니다. 빈털터리가 된 조카는 집 옆 담장 곁에 쓰러져 그곳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급고독 장자는 자신이 조카의 필요를 채워 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며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모든 것을 새롭게 비추는 질문으로 답하셨습니다. 아주 먼 전생에서 부처님 자신이 소원을 이루는 잔을 주고도 그 사람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면, 급고독 장자가 어떻게 그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기대하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 낯선 답변을 들은 비구들이 설명을 청하자, 부처님께서는 아주 오랜 옛날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방탕한 상인의 아들
아주 먼 옛날 브라흐마닷따 왕이 바라나시를 다스리던 때, 보살은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사억 금화의 재산을 물려받았습니다. 보살은 평생 베풀며 살았고, 죽은 뒤에는 천신들의 왕인 제석천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아들은 그와는 전혀 다른 성품이었습니다. 젊은이는 술과 도박과 방탕한 생활에 온통 빠져들었습니다. 건달과 무희와 아첨꾼들을 곁에 두고, 하룻밤의 취한 유흥을 위해 곡예사와 가수에게 천 닢을 치르며, 그는 불과 몇 년 만에 가문의 재산을 모두 탕진하였습니다. 결국 그는 누더기를 걸치고 사원 문밖에서 구걸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제석천의 선물과 경고
도리천에서 내려다보던 제석천은 옛 아들이 빈궁에 빠진 것을 보았고, 자신이 죽은 뒤 그간 일어난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연민이 일었습니다. 완전히 다른 존재의 삶으로 태어났어도, 아버지의 아들 사랑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야기가 전하는 바입니다.
제석천은 내려가 신비한 그릇인 밧드라가타, 곧 소원을 이루는 잔을 젊은이의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엄하게 경고하였습니다. 이 잔을 깨지 않도록 조심하라, 잔이 온전한 한 너의 재산은 결코 바닥나지 않을 것이다. 젊은이는 기쁨에 넘쳐 곧바로 음식과 음료와 좋은 옷을 원하였고, 바닥이 없는 재원을 얻은 채 예전의 사치스러운 잔치 생활을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잔치가 시작되자 아버지의 경고는 벌써 그의 마음에서 희미해져 갔습니다.
잔이 깨지다
사치와 술에 다시 눈이 먼 젊은이는 자랑거리 잔치에 동무들을 모았습니다. 갑작스러운 부의 원천을 친구들에게 과시하고 싶어서, 그는 귀한 잔을 공중에 던졌다가 다시 받으며 광대의 장난감처럼 다뤘고, 부가 이토록 쉽게 자기에게 온다는 것에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떨리고 술 취한 손은 잔을 놓쳤습니다. 잔은 땅에 떨어져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잔이 가져다주던 모든 것이 그와 함께 사라졌습니다. 이제 아버지의 연민이라는 기억조차 다시 기댈 곳이 없게 된 젊은이는, 예전과 똑같은 누더기와 가난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그는 담장 곁에서 빈털터리로 죽어 갔습니다. 이번 생에서 잃은 것으로 이미 한 번 무너졌는데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그 모습은, 한 생이 지난 뒤 급고독 장자의 조카로 다시 나타났습니다.
탄생의 확인
설법이 끝나자 부처님께서는 탄생을 분명히 밝히셨습니다. 급고독 장자의 조카, 곧 잔을 깨뜨리고 두 생 모두 담장 곁에서 죽은 그 방탕한 자는 바로 같은 존재였으며, 부처님께서는 직접 “나 자신이 제석천이었느니라”고 선언하셨습니다. 그는 연민을 지녔으나 결국 무력했던 베푸는 자였고, 한 생 이전에도 똑같이 부주의한 상속자를 자신의 탐욕에서 구하려 애썼던 이였습니다. 그 어떤 선물도, 아무리 신비롭고 다함이 없다 해도, 상속자 자신의 부주의를 이겨 내지 못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사실을 급고독 장자에게, 그의 슬픔을 달래 주는 답이 아니라 한없는 베풂마저 두 번이나 실패했던 이유에 대한 정직한 설명으로 드리셨습니다.
알고 계셨나요?
전승 출처
이 이야기는 『자타카』 제291화, 바드라 가타 자타카로, 『자타카 주석서』 3집(티카니파타)에 실려 있다.
조카의 죽음에 대한 설명
틀이 되는 이야기는 특히 급고독 장자 자신의 조카에 관한 것이다. 조카는 집에서 쫓겨난 뒤 빈털터리가 되어 담장 곁에서 죽었고, 이것이 부처님께서 두 사람의 공통된 과거를 드러내시게 된 계기였다.
사억, 두 번 잃은 재산
과거 이야기에서 탕진된 유산은 현재 급고독 장자의 조카가 탕진한 사억의 재산과 일치한다. 같은 영혼이 두 생에 걸쳐 같은 재산을 잃은 것이다.
완전히 구하지 못한 자비
신들의 왕 제석천조차 전생의 아들을 그 자신의 욕망에서 영원히 구해낼 수는 없었다. 끝없는 재물의 선물은 몰락을 막은 것이 아니라 미루었을 뿐이다.
생의 신원 확인
부처님께서는 과거 이야기에서 스스로를 제석천이라 선언하셨다. 이는 같은 영혼을 구하려 했던 자비로운 실패가 완전히 다른 두 생에서 되풀이되었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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