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어머니를 봉양한 비구
기원정사에서 세존께서는 탁발로 얻은 공양의 일부를 늙은 어머니를 부양하기 위해 날마다 떼어 쓰던 비구를 찬탄하셨다. 몇몇 비구들은 출가자가 보시한 공양을 가족의 인연을 위해 써서는 안 된다고 수군거렸다. 세존께서는 그 비구를 감싸 주셨다. 부모를 향한 그러한 효성이 예로부터 있어 왔고 찬탄받을 만한 것임을 보이시고자, 세존께서는 빠알리 성전에 전하는 자타카 제399화, 곧 『깃자 자타카』를 들려주셨다. 이는 세존 자신의 과거 생에 얽힌 이야기 가운데 하나였다.
영축산의 대머리수리 왕
아주 오랜 옛날, 브라흐마닷따 왕이 바라나시를 다스리던 때, 보살, 즉 그 생에서 부처님이 되실 그분은 영축산(깃자꾸따)에서 고결한 대머리수리의 왕으로 태어나셨다. 산중 깊은 동굴에서 그는 늙고 눈이 먼 아버지와 어머니를 지극한 효심으로 모셨다. 대머리수리는 수십 리 밖에서도 썩은 고기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을 타고난다. 보살은 그 능력을 이용해 매일 아래 평야와 숲 위를 날아다니며 고기와 내장과 물을 물어 날랐다. 눈이 멀고 의지할 곳 없는 부모가 끼니를 거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미끼로 놓인 썩은 고기
어느 날 바라나시 근처의 땅을 살피던 그는 성 가까운 시타림(시체를 버리는 숲)에 고기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자기 몫을 차지하려고 내려앉았다. 그러나 그는 알지 못했다. 찬나라는 솜씨 좋은 사냥꾼이 미끼 주변에 흩어진 나뭇가지와 풀 아래에 말총으로 엮은 올가미를 숨겨 두었다는 것을. 찬나는 대머리수리들이 결국 그곳으로 먹이를 찾아 내려오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올가미에 단단히 걸리다
보살이 고기를 향해 한 걸음 내딛는 순간, 올가미가 그의 두 다리를 쇠처럼 억세게 옭아맸다. 그는 온 힘을 다해 몸부림쳤지만 올가미는 끊어지지 않았다. 찬나가 사냥감을 거두러 도착하기 전까지 스스로를 풀어낼 방법은 없었다.
자신이 아닌 부모를 위한 눈물
찬나가 몽둥이를 치켜들고 잡은 사냥감을 마무리하려고 다가왔을 때, 그는 올가미에 걸린 대머리수리가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자기 목숨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뒤에 남겨 둔 이들을 향한 슬픔 때문이었다. 대머리수리는 분명한 사람의 말로 외쳤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죽음은 슬퍼할 일이 아니라고. 그의 진짜 슬픔은 산속 동굴에서 기다리고 있을 눈멀고 무력한 부모 때문이었다. 이제 산골짜기의 물을 길어 주거나, 떨리는 부리에 고기를 물어다 줄 이가 아무도 남지 않을 것이었다. 그들은 돌아올 아들의 날갯짓 소리를 헛되이 기다리며 서서히 굶어 죽어 갈 것이었다.
발걸음을 멈춘 사냥꾼
찬나는 죽어 가는 새가 자기 목숨을 구걸할 것이라 기대했지, 다시는 볼 수 없는 부모를 위해 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더러운 시체 청소부라며 업신여기는 짐승에게 이토록 순수하고 사심 없는 헌신이 있을 수 있다는 것에 그는 놀랐다. 그는 치지 않고 몽둥이를 내려놓았다.
사냥꾼의 마음이 바뀌다
올가미 곁에 무릎을 꿇은 찬나는 사람들이 대머리수리를 불길한 징조로만 여긴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늙은 부모를 향한, 많은 사람의 아들들을 부끄럽게 할 만한 헌신이 있었다. 사냥감으로 얻을 이익에 대한 생각마저 넘어설 만큼 마음이 움직인 그는 칼로 말총 줄을 잘랐다. 조여진 고리를 대머리수리의 상처 입은 다리에서 조심스레 풀어내고, 그를 완전히 자유롭게 놓아주었다.
해치지 않음에 대한 가르침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기 전, 감사하는 보살은 그냥 날아가 버리지 않았다. 그는 찬나를 향해 돌아서서 말을 이어, 살아 있는 생명을 올가미로 잡아 생계를 꾸리는 잔혹한 생업을 버리라고 사냥꾼을 타일렀다. 어떤 생명에게 베푸는 자비도, 올가미가 가져다줄 수 있는 그 무엇보다도 훨씬 큰 공덕을 낳는다고 설명했다.
산 동굴로의 귀환
찬나의 축복을 받고, 자신의 날개도 다치지 않은 보살은 평야를 가로질러 영축산으로 재빨리 날아 돌아갔다. 눈먼 부모가 기다리는 동굴에 음식과 물을 날라 갔다. 오랜 부재에 부모는 최악을 두려워하고 있었기에, 아들의 귀환은 그가 간신히 벗어난 올가미의 공포를 넘어서는 기쁨이었다.
부처님이 밝히신 등장인물
이야기의 끝에서 세존께서는 술렁이던 비구들을 위해, 그 먼 생의 모든 인물을 밝히셨다. 대머리수리를 풀어 준 사냥꾼은 찬나였다. 눈멀고 무력한 부모는 훗날의 생에서 왕족에 가까운 친족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목숨을 살려 달라고 빌지 않았던 헌신적인 대머리수리 왕은 바로 보살, 곧 부처님 자신이었다.
올가미를 넘어 이어진 가르침
세존께서는 자신의 탁발 공양으로 어머니를 봉양한 그 비구가 영축산의 대머리수리 왕과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고 비구들에게 일깨우시며 이야기를 맺으셨다. 한때 자신을 돌보아 준 부모를 돌보는 일은 결코 청정한 수행의 삶을 방해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 삶이 드러내는 가장 분명하고 가장 오래된 모습 가운데 하나이며, 보살이 거듭 태어나신 긴 생의 이어짐 속에서 오래도록 존중받아 온 것이다.
알고 계셨나요?
세존께서는 탁발로 얻은 공양으로 늙은 어머니를 봉양하던 비구를 두둔하기 위해 이 자타카를 설하셨다. 그러한 행위는 옳지 않다고 수군대던 비구들에 맞서기 위함이었다.
보살 대머리수리를 잡았다가 풀어준 사냥꾼은, 세존께서 직접 등장인물을 밝히신 바에 따르면 찬나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대머리수리의 뛰어난 시력은 멀리서도 썩은 고기를 알아볼 수 있었기에, 눈먼 부모를 위해 매일 먹을 것을 마련할 수 있었다.
보살은 자신의 자유만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찬나에게 살아 있는 생명을 올가미로 잡는 일을 생업으로 삼는 것을 완전히 그만둘 것을 권하였다.
세존께서는 눈먼 부모가 후생에 왕족의 가까운 친족이었음을 밝히시어, 부모를 향한 효심이 삶의 모든 신분과 처지를 뛰어넘는다는 것을 드러내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