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정사에서 일어난 친족 간의 다툼
부처님께서는 기원정사에 머무시며 이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로히니 강의 물을 두고 벌어진 쓰라린 다툼이 부처님 자신의 종족인 석가족과 그와 인척 관계인 꼴리야족을 서로 맞서게 하여, 양측 모두에 까닭 없는 고통을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마땅히 함께 서 있어야 할 혈육 사이로 분열이 번져 가는 위험을 보신 스승께서는 강기슭으로 가시어, 다투는 두 집안을 앞에 앉히고 이 나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교만과 고립을 위해 화합을 버린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 주시기 위해서였습니다.
늙은 베싸와나가 세상을 떠나다
아득한 옛날, 브라흐마닷타가 바라나시를 다스리던 때, 북방을 지키던 위대한 천왕 베싸와나는 복덕이 다하여 세상을 떠났습니다. 신들의 왕 삭카는 그 자리에 새로운 베싸와나를 세웠습니다. 왕이 바뀌면서 이전의 거처 배정도 모두 효력을 잃었습니다. 그래서 새로 임명된 호법신이 맨 처음 내린 명령 가운데 하나는 잠부디파 대륙의 모든 나무 정령(룩카데와타)에게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각 정령은 알맞은 나무나 덤불, 숲을 찾아 영구한 거처로 삼으라는 명령이었습니다.
보살이 친족들에게 주는 조언
그 무렵 보살은 히말라야 기슭의 빽빽한 사라 숲에서 지혜로운 나무 정령으로 태어나 있었습니다. 『쿳다카 니까야』의 일집(에카니파타)에서 제74번으로 헤아려지는 이 본생담은, 보살이 흩어져 제각기 거처를 고르기 전에 많은 권속 정령들을 모아 조언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보살은 말했습니다. “사랑하는 친족들이여, 살 나무를 찾을 때에는 넓은 들판이나 마을 가까이에 홀로 서 있는 거대한 나무를 고르지 마십시오. 그 우듬지가 아무리 넓게 퍼져 있더라도 말입니다. 그보다는 깊은 숲에서 다른 나무들과 빽빽이 어우러져 자라는 나무를 고르십시오. 땅 밑에서는 뿌리와 뿌리가 맞닿고, 땅 위에서는 가지가 가지에 기대어 서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겸손한 정령들이 조언을 따르다
신중하고 겸손한 많은 나무 정령들이 이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보살과 함께 빽빽하게 자란 사라 숲에 정착했습니다. 그들은 사람의 눈에 띄지 않고 살아가는 대신 안전을 얻었습니다. 화려한 공양을 바라기보다 함께 모여 얻는 고요한 보호를 소중히 여긴 것입니다.
교만한 정령들이 고립을 택하다
그러나 일부 오만한 나무 정령들은 보살의 조언을 비웃었습니다. “누구도 화환이나 향을 바치지 않는 외진 숲에 왜 빽빽이 몰려들어야 한단 말인가? 우리는 큰길가와 성읍 밖에 기념비처럼 우뚝 선 거대한 고목에 머물리라.” 그곳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꽃과 풍성한 공양을 바칠 것이라고 그들은 믿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들판과 성문 곁에 홀로 서 있는 우람한 반얀나무, 피팔라(보리수), 목면나무에 깃들었습니다.
폭풍이 몰아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맹렬한 폭풍이 온 땅을 휩쓸었습니다. 거센 바람은 가로막는 것 없는 들판을 거침없이 내달렸고, 그 들판에 홀로 선 거대한 나무들을 덮쳤을 때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굵은 줄기는 마른 갈대처럼 꺾였고, 무거운 가지는 찢겨 나갔으며, 거대한 뿌리는 땅에서 통째로 뽑혀 나왔습니다. 위대한 나무들은 땅에 쓰러졌고, 그곳에 살던 정령들은 쉴 곳을 잃은 채 잔해 속에서 흐느꼈습니다.
숲은 무너지지 않고 서 있다
같은 폭풍이 빽빽한 히말라야의 사라 숲으로 몰아쳤을 때는 전혀 다른 운명을 맞았습니다. 수백 그루의 나무들이 어깨를 맞대고 서 있었고, 그 우듬지들이 서로를 위해 바람을 막아 주었습니다. 나무들의 뿌리는 땅속에서 끊어지지 않는 그물처럼 서로 얽혀 있었습니다. 그 숲에서는 단 한 그루의 나무도 뿌리째 뽑히지 않았고, 작은 가지 하나도 꺾이지 않았습니다.
굴욕을 겪은 정령들이 피난처를 찾다
집을 잃고 비에 젖고 굴욕을 당한 정령들은 자식들을 데리고 히말라야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그들은 숲의 정령들에게 자신들의 고통을 털어놓았고, 숲의 정령들은 그 이야기를 보살에게 전했습니다.
보살이 가르치는 화합
보살은 이 재난이 지혜로운 조언을 따르지 않은 데서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이 본생담의 이름이 유래한 게송, 곧 ‘룩카담마(나무의 법)’를 읊었습니다. “친족이 많은 것은 복이니, 숲 속에 함께 자라는 나무들과 같도다. 바람은 홀로 선 나무를 아무리 거대하더라도 날려 버리지만, 함께 서 있는 숲은 날려 버리지 못하느니라.”
부처님의 신원 밝히기
이야기를 마치신 부처님께서는 강기슭에 모인 석가족과 꼴리야족 친족들에게 그 본생의 주인공들을 밝히셨습니다. 이번 생에서 부처님의 충실한 제자와 신도였던 이들이 바로 그때 사라 숲의 겸손한 나무 정령들이었고, 그들에게 조언했던 보살은 전생의 부처님 자신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들은 다투던 두 집안은 강물을 둘러싼 분쟁을 내려놓고 집안 사이의 평화를 회복하기로 마음을 모았습니다.
폭풍을 넘어 오래 남은 가르침
룩카담마 자타카는 『쿳다카 니까야』의 일집에 실린 채, 공동체 화합(사마기, sāmaggī)을 보여 주는 고전적인 경전의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세상의 찬사와 홀로 누리는 화려함을 갈망하는 마음은, 서로 기대는 피난처가 막아 줄 수 있었던 파멸로 존재를 몰아넣는다는 경고입니다. 그리고 불교도든 아니든 모든 세대의 독자에게, 참된 안전은 홀로 누리는 영광이 아니라 같은 땅 아래에서 서로를 굳게 붙잡고 있는 뿌리에 있다고 가르칩니다.
알고 계셨나요?
룩카담마 자타카는 팔리 쿠다카 니까야 에카니파타 제74화의 정전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기원정사이며, 로히니 강의 물을 두고 벌어진 석가족과 콜리야족 친족 간의 다툼을 가라앉히기 위해 설해졌습니다.
앞선 베사바나(비사문천)의 입멸과 제석천이 새 수호신을 임명한 일이 나무의 신들에게 새 거처를 고르라는 명을 내리는 계기가 됩니다.
서로 얽힌 뿌리와 서로 기대는 가지는 승가 화합(상가미)이 주는 보호의 힘을 비유합니다.
부처님은 겸손한 사라수 숲의 신들을 그때 모인 제자들로, 가르침을 준 보살을 당신 자신으로 밝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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