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림정사에서의 배경
부처님께서는 죽림정사(Veluvana)에 머무르시며 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쿳다카 니카야 일집(Ekanipāta)의 제72번 이야기이다. 부처님께서는 사촌인 데바닷타가 거듭하여 은혜를 해악으로 갚던 악행을 두고 말씀하셨다. 비구들이 모여 데바닷타의 배은망덕을 이야기하자, 부처님께서는 이것이 처음이 아니라고 하셨다. 전생에도 데바닷타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을 저버렸고, 그 업보로 대지가 그를 삼켜 버렸다고 하셨다.
히말라야 숲의 코끼리 무리
아주 오랜 옛날, 보살 곧 전생의 부처님 자신은 히말라야에서 실라바(Sīlava)라는 이름의 위엄 있는 코끼리로 태어났다. 그의 몸은 윤을 낸 은빛 봉우리처럼 빛났다. 그는 팔만 마리 코끼리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었지만, 조용한 숲속에서 홀로 살며 계율(sīla)을 세심하게 지키고, 살아 있는 어떤 생명도 해치지 않았다. 그의 온화함은 숲 전체에 알려졌고, 가까이 살던 나무의 신은 고요한 경탄으로 그를 지켜보았다.
길을 잃은 사냥꾼
어느 날 바라나시의 한 사냥꾼이 사냥감을 찾아 깊은 숲속으로 들어갔다가 길을 완전히 잃었다. 이레 동안 그는 길 없는 밀림을 음식도 물도 없이 헤맸고, 죽음을 확신하게 되자 주저앉아 두려움과 절망 속에서 소리 내어 울었다.
코끼리의 자비
사내의 통곡을 들은 실라바는 두려움 없이 다가가 그 슬픔의 까닭을 물었다. 사냥꾼이 길을 잃고 굶주리고 있다고 말하자, 코끼리는 연민에 움직였다. 그는 숲의 열매로 사내를 먹이고, 빽빽한 밀림을 등에 태워 건너며, 바라나시로 가는 길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었다. 다만 한 가지를 청하였다. 사냥꾼이 자신이 사는 곳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는 것이었다. 상아를 노리는 사냥꾼들이 찾아올까 염려해서였다.
배신의 씨앗
사냥꾼은 비밀을 지키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러나 걸어가면서 그는 길의 표지들을 하나하나 마음에 새겨 두었다. 바라나시로 돌아온 그는 상아 세공인들이 상아를 큰 값에 파는 것을 보았고, 그의 마음에 탐욕이 일었다. 그는 어떤 거짓말을 해서라도 코끼리에게 돌아가 상아를 차지하겠다고 결심하였다.
첫 번째 속임수
옷 속에 톱을 감추고 숲으로 돌아온 사냥꾼은 실라바 앞에 무릎을 꿇고, 아내와 자식들이 굶주리고 있다며 울었다. 사냥꾼의 배은을 알아보면서도, 자비로운 코끼리는 아무런 책망 없이 무릎을 꿇고 말하였다. “친구여, 필요한 만큼 가져가게.” 사냥꾼은 두 상아의 끝을 톱으로 잘라 가지고 떠났다.
두 번째 속임수
사냥꾼은 돈을 금세 탕진하고, 같은 가난의 사연을 들고 두 번째로 돌아왔다. 실라바는 본성대로 다시 무릎을 꿇고, 상아를 잇몸 가까이까지 자르도록 허락하였다. 청하는 이를 결코 돌려보내지 않겠다는 서원을 지키기 위해, 그는 그 고통을 말없이 견뎠다.
마지막 도둑질
코끼리의 인내에 용기를 얻은 사냥꾼은 세 번째로 와서, 턱뼈에 박힌 상아의 밑동까지 요구하였다. 실라바는 큰 머리를 낮추고, 사냥꾼이 자신의 얼굴 위에 올라가 남은 상아를 뿌리째 잘라 내도록 허락하였다. 그는 이 마지막 고통을 분노나 원망 없이 견뎌 냈다.
나무 신의 꾸짖음
배은망덕한 사냥꾼이 노획물에 만족하여 떠나가자, 오랫동안 실라바를 지켜 온 나무의 신은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다. 가지 사이에 선 나무의 신은 이런 배신을 꾸짖는 게송을 읊었다. 아무리 큰 보시라도 자신의 은인을 배반할 수 있는 마음을 채울 수는 없으며, 이러한 배은은 그것을 행하는 자에게 파멸을 부른다고 선언하였다.
대지의 심판
사냥꾼이 코끼리의 시야를 벗어나자마자 그의 발밑 땅이 저절로 갈라졌다. 아비지옥의 불길이 그를 향해 솟아올랐고, 대지는 이토록 무거운 은인 배반을 견딜 수 없어, 그 비참한 사내가 아직 살아 있는 채로 그를 불길 속으로 삼켜 버렸다.
부처님의 전생 밝히심
이야기가 끝나자 부처님께서는 모인 비구들에게 등장인물들을 밝히셨다. 그 생의 배은망덕한 사냥꾼은 바로 데바닷타였으니, 그때에도 이미 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이들을 저버리려는 마음이 있었다. 그를 꾸짖은 나무의 신은 사리불이었다. 그리고 몸이 잘리면서도 용서한 자비로운 코끼리 우두머리 실라바는 보살이었다.
배신을 넘어 이어진 가르침
실라바나가 자타카는 인욕바라밀(khanti-pāramitā)과 은인에 대한 배은(akataññutā)의 무거움에 관해 경전에 남은 가장 분명한 가르침 가운데 하나로 이어져 왔다. 이 이야기는 고통 그 자체를 찬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코끼리가 잔혹함에 잔혹함으로 응하지 않은 모습을 보살의 마음 그대로의 모습으로 세운다. 또한 사냥꾼에 대한 대지의 심판은, 자신의 구원자를 배반하는 일이 전통 안에서 가장 무거운 도덕적 허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는 것을 청중에게 상기시킨다. 이 이야기가 다시 전해진 까닭은 부처님 당시에도 같은 배은을 저지를 수 있는 데바닷타가 있었기 때문이며, 이는 비구들에게 오래된 배신의 양상과 오래된 인욕의 양상이 모두 한 생에서 다음 생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 준다.
알고 계셨나요?
실라바나가 자타카는 쿳다카 니까야 에카니파타의 제72화로, 빨리 성전 『자타카』 제1권 319–322쪽에 실려 있는 정전 이야기입니다.
보살 실라바는 홀로 사는 코끼리가 아니라 팔만 마리 코끼리 무리의 우두머리였습니다.
훗날 사리푸트라로 밝혀지는 나무의 신이 공개적으로 사냥꾼의 배은망덕을 꾸짖습니다.
부처님은 데바닷타의 당시 배신이 전생의 같은 패턴을 되풀이한 것임을 보이기 위해 이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대지가 배은자를 삼켜 버리는 모티프(빠타위 오사라나)는 은인을 배신한 자에게 곧바로 주어지는 업보를 나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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